같은 병, 다른 상황, 다른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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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람이 서양의학에서 같은 병명을 진단받고 왔더라도
그 10명에 대한 한의학적인 진단과 치료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서양의학적인 병명이나 원인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한의학적인 입장에서 불임이라는 현상을 접근하고,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한의학은 총체적인 관점을 갖습니다.
어떠한 증상도 전체와의 관계를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증상을 놓고 그 원인을 추적해 나가기 보다는,
그냥 그것을 전체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 증상이 그 환자의 전체적인 유형에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보며 그 증상이 표현하는 속성을 파악합니다.

만약 건강한 사람, 다시 말해 음양, 기혈, 오장육부의 조화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이상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 영적 균형상태를 나타내겠지요.
그런데 그가 병이 생겨서 나타나게 되는 증상은 전체적인 불균형 속의 한 측면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은 불임을 치료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불임환자 진료에 임하면서 불임이라는 현상을 접할 때,
정자의 진입, 배란, 난자의 수송, 수정란의 착상과 유지…
이런 단계의 어느 부분에서 이상이 생긴 것인지를 충분히 고려해 봅니다.
이러한 원인적 요소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환자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드립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동양의 사고방식으로 병의 상태를 설명드리기는 참으로 어렵기에
일단은 서양 의학지식을 전달해 드립니다.

그러나 정작 제가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의 방침을 정하기까지는
동양적 논리와 사고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환자에게 나타나는 불균형, 부조화 상태가 어떠한 유형과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불임이라는 문제가 나타나게 된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환경이 어떠한지를 총체적으로 살핍니다.
환자에게 나타나는 모든 증상과 징후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발현되고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이때 저는 서양의학을 공부한 의사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증상과 징후들까지 보게 됩니다.
가령 마음의 상태, 맥박의 수, 모양, 강약, 부침, 완급 등등, 혀의 색깔, 안색, 목소리의 톤, 피부의 상태, 하복부의 경직도, 심장 소리, 호흡 소리, 대소변 상태, 좋아하는 음식 등등등…..

서양의학에서는 호르몬 검사 수치, X-ray 결과 등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 치료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같은 진단이 나오면 어떤 사람이건 치료법과 사용하는 약은 다 같습니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불임이라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환자의 신체와 정신적 환경을 중시합니다.
그러므로 양방에서 똑같은 병명을 진단받고 왔어도, 한의학적인 진단은 각 경우마다 달라질 수 있으며
치료방침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병과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
이것이 한의학이 가진 매력이고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