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명절이 무서운 불임부부들 (이재성 도움말)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28/2007092800863.html

신문에 제 사진이 나왔었지요…^^

[추석, 서기 2007] 불임부부들 “우리는 추석도 무서워!”
결혼 늦어지고 환경호르몬 영향으로 불임 크게 늘어
“내년엔 애 낳아라” 덕담도 부담… 우울증에 자살 충동 느끼기도

▲ 이재성 박사가 한방 불임클리닉을 찾은 부부와 상담하고 있다. (photo 정정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주부 김모(39)씨는 “추석이 죽기보다 싫다”고 호소한다. 그는 3년 전 4살 연하의 남편과 결혼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 연상의 여성과 결혼하겠다는 남편에게 시댁 부모는 “아이를 낳는 데 문제가 없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했다고 한다. 남편이 끈질기게 결혼 의사를 밝히자 시댁 부모는 ‘결혼 전에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 가능성에 관한 건강진단을 받아오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다행히 산부인과 검진 결과 김씨의 몸에서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이들 부부는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결혼 후 1년이 지나도록 임신 소식이 없자 시어머니는 흑염소, 익모초, 쑥 등 임신에 좋다는 온갖 음식과 약초즙을 마련해 며느리를 찾아왔다. 심지어 뱀을 고아 온 적도 있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불임의 이유를 며느리의 몸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김씨는 “시어머니가 그렇게 애쓰시는 게 고마웠지만 한편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당시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던 김씨는 바쁜 회사 업무로 종종 집에 늦게 귀가하기도 했다. 시부모는 급기야 “직장을 그만 두고 임신에 전념하라”고 통보했다. 김씨 자신도 ‘더 나이가 들면 기형아를 임신할 확률이 높아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최근 직장을 그만두었다. 아직까지 임신 소식은 없다고 한다.

김씨의 남편은 삼형제 중 둘째. 지난 봄 김씨의 윗동서가 둘째 아이를 출산했고, 지난 여름 아랫동서가 임신했다. 김씨는 요즘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에 아랫동서의 임신 소식이 화제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심한 입덧으로 부엌일을 하기 어려운 아랫동서를 대신해 김씨는 부엌 막내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더 힘든 것은 아기들이 옹알거리고, 어른들이 깔깔대는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부엌을 지켜야 하는 일이다.

추석을 앞두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 불임(infertility)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거나 첫 아이를 낳아도 이후 2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불임부부는 140만쌍에 이른다. 기혼여성의 불임률 13.5%. 인구보건복지협회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임환자는 2002년 10만6887명(여성 9만539명, 남성 1만6348명)에서 2006년 15만7652명(여성 13만3653명, 남성 2만3999명)으로 50% 가량 증가했다. 가임연령대인 30대 여성의 경우 불임환자는 78% 가량 증가했다. 불임치료비로 지출된 금액도 급증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총 불임진료비는 2002년 70억8083만원에서 152억1387만원으로 114.9% 증가했다. 상담 환자 중 6.1%는 자살 충동을 느끼고 불임 스트레스로 인해 이혼을 생각 중인 환자도 12.8%에 달했다.

부산에 사는 29세 강모씨도 최근 자살 충동을 느껴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강씨는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임신이 안 된 상태다. 강씨는 “직장 취업 이후 불규칙한 생활과 잦은 회식으로 인해 체중이 20㎏ 가량 늘었고, 생리가 불규칙해지더니 지금은 생리를 1년에 2~3번밖에 안 한다”며 걱정했다. 이 증상은 ‘희발월경증상’이라고 한다. 전문병원을 찾아 가니 강씨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남자처럼 다리에 굵은 털이 나고, 얼굴에 피지가 많이 흐르기도 하는 증상이다. 모두 성호르몬의 밸런스가 맞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한다.

▲ 일러스트 정현종

추석이 다가오자 강씨는 또 “지난 명절이 떠올라 괴롭다”고 했다. 시어머니가 “뚱뚱한 것도 불임의 원인이니 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마라”고 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뚱뚱한 게 왜 그렇게 많이 먹느냐는 말로 들려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병원 의사는 “살이 찌는 이유는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지 많이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시어머니는 심지어 “화장도 하고 속옷도 예쁜 것으로 사 입으라”는 말을 하며 “그렇게 뚱뚱해서 네 남편이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겠냐”는 ‘막말’도 했다고 한다. 강씨는 매일 밤 임신에 대한 압박감으로 불면에 시달렸고 결국 우울증으로 발전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불임 스트레스는 비단 정신적 고통만이 아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34세 주부 이모씨는 검사 결과 ‘한쪽 나팔관이 폐색(閉塞)’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한쪽 나팔관이 살아 있으니 자연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진단이 알려진 후로 시댁에서 이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시부모가 대리모에 대한 얘기까지 꺼냈다”고 했다. 그는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배란불순과 생리불순 증상까지 나타났다.

불임환자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그 중에서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일찍 결혼한 여성 중에도 아이를 늦게 가지려다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정자 수가 감소하는 남성의 불임도 증가하고 있다. 각종 스트레스와 술, 담배, 비만 등도 불임의 원인이라고 한다.

불임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경우는 40% 정도. 나머지 40%는 남자에게, 20%는 부부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한국의 명절이 대부분 ‘시댁 위주의 명절’이기 때문에 불임 스트레스는 대부분 여성에게 돌아간다. 명절날 불임부부에게 “내년에는 꼭 아이를 낳으라”는 덕담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불임부부에겐 너무 큰 고통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추석 등 명절에 가족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임신에 대한 압박감이 강해질수록 부부관계는 결국 의무로 전락하게 된다”며 “의무감으로 얼룩진 숙제 같은 부부관계는 임신에 불리하다”고 조언한다. ‘이재성의 불임클리닉(www.ihopebaby.com)’의 이재성 박사의 말이다.

“부부가 충분히 느끼면서 천천히 관계를 가지면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자궁 안으로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남녀 모두에게서 점액 분비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기계적인 행동으로 무감각하게 관계를 치르고 나면 정자들이 자궁 안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해 임신에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재성 박사는 “흑염소, 뱀 등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환자에 대한 검사도 없이 먹는다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페인 발렌시아대학 벨버 박사팀은 최근 ‘임신과 불임(Fertility and Sterility)’지에 비만 여성이 살을 빼면 임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번 연구는 불임치료를 받는 26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과체중이 난자를 생산하는 난소에 작용하거나 수정된 난자가 착상하는 자궁내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이 있다고 느끼면 조속히 불임인지 알아보고 치료 결단을 내리는 것도 불임 극복의 한 방법이다. 지난 5월 16일부터 6월 15일까지 한국애보트가 전국 9개 불임 전문병원에서 불임 시술을 받은 후 성공한 2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4%가 신속한 치료 결단을 성공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24%는 시술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라고 답했다. 임신 계획부터 불임 진단, 시술까지는 평균 32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임 시술 성공자의 72%는 정부 지원을 받았다. 정부는 2006년부터 불임부부를 위해 시험관아기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2006년 한 해에만 1만4000쌍이 지원을 받았다. 지원을 원하는 이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와 각 지역 보건소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김경수 기자 kimks@chosun.com
불임부부 생활 TIP

여자

· 하복부와 골반 안쪽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거들이나 꽉 끼는 바지, 치마는 삼간다.
· 스트레스는 혈액순환의 적이다. 느긋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한다.
· 자전거 타기, 빠르게 걷기, 누운 채로 다리를 위로 들어올려 자전거 페달을 밟는 운동은  자궁, 나팔관, 난소의 기능을 활발하게 한다.
· 손발이나 아랫배가 찬 사람은 따뜻한 생강차나 쑥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 반신욕을 주 3회 이상 하면 좋다.

남자

· 과로·스트레스를 피한다.
·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운동을 생활화한다.
· 뱃살을 빼야 정자의 활동성이 좋아진다.
· 술과 담배는 정자의 적이다.
· 고환의 온도가 올라가면 정자가 만들어지는 데 불리하다.
· 오래 앉아있는 것, 뜨거운 목욕탕에 들어가서 앉아 있는  것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 남자는 반신욕보다 다리만 담그는 각탕이 좋다.
· 아랫도리를 서늘하게 해주면서 많이 활동한다.
· 통풍이 잘 되는 면 소재의 팬티를 입어라.

부부

· 부인의 배란시기를 잘 예측해 부부 모두 컨디션을 관리한다.
· 배란주기를 놓치지 않도록 날짜를 챙긴다.
· 배란일에 의무적인 부부관계를 갖지 않도록 주의.
· 급한 관계보다는 천천히 충분히 느끼며 관계하는 것이 임신에 유리하다.

/ 자료 : 이재성의 불임클리닉(www.ihopebab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