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불임이라고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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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원인불명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2-3개월 동안 각종 검사를 받아 봤으나,
해부학적, 기질적으로 이상이 발견되지도 않고, 배란도 제때제때 잘 된다하고,
남편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임신이 안되는 경우.
이 원인불명이라는 말에 허탈하고 깝깝한 마음이 드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냥 포기할까요? 그냥 벼랑 끝에 몰렸으니 기도 밖에는 방법이 없는 걸까요?

어떤 선생님은, “이상 없으니, 그냥 신경 끄고 살아보자. 잊고 살다보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기도 하며,
어떤 선생님은, “인공수정부터 해보자” 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런저런 장비로 들여다보고, 뜯어서 현미경으로 보아도 문제가 안 보이고,
그럭저럭 배란도 규칙적으로 되고 있고, 호르몬 검사 수치도 정상이라면…
우리 몸은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일까요?
임신이 안되고 있는데두요?

보다 솔직한 대답은 “이상이 없다”가 아니라 “이상을 못 찾겠다”는 것이겠지요.

검사라는 것은 마치 그물을 쳐서 문제점을 잡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점에 비해 그물구멍이 크다거나 적합치 않을 때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문제점도 있는 법이지요.
현대의 서양의학은 주변 학문의 발전과 더불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진단기술이 발전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다 잡아낼 정도로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현대의 서양의학이 간과하는 것을 현대의 한의학이 깊이 보고 지나가는 부분이 있답니다.
서양의학이 부분적이고 미시적인 것을 캐내는 탁월함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의학은 몸 전체적인 유기적 연관성을 중시하는 큰 틀로 인체를 조망하는 면이 탁월합니다.

한의학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면, 한의학은 국소중심 의학이 아니라 전체의학이라는 것입니다.
임신이 안되면 그저 자궁, 난소, 뇌하수체, 시상하부만 뒤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인체 내에서의 음(陰)과 양(陽)의 조화를 생각하고,
병이 겉(表)에 있는지 속(裏)에 있는지도 생각하고,
몸이 찬지(寒) 더운지(熱)도 생각하고,
허(虛)해서 온 건지 실(實)해서 온 건지도 판단합니다.

또한 장부(臟腑; 인체내의 내장, 기관, 조직 등 유기적인 기능단위) 상호간의 연관성을 생각해 조화가 깨진 것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이런 과정을 “변증(辨證)”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은 서양식 세계관이 아니라, 동양적인 철학과 세계관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골반내시경, 자궁내시경으로 들여다보거나, X-ray로 들여다보거나, 내막조직을 뜯어보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들 검사들은 매우 중요한 검사들입니다. 검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한의학의 질병 인식 도구는 고대로부터 동양에서 전수되어온 이론적 도구입니다.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동양 고유의 이론적 인식도구를 이용하여 귀납적으로 판단하며
그 현상들의 정체를 판정합니다.
물론 현대의 한의학적인 진단장비도 활용하고, 양방적인 검사결과도 참고하면서 말입니다.

동양적 세계관에서, 인체는 천지자연과 상응하고 우주적인 원리를 내포하고 있는 소우주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동양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동양의 의학자들은 인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인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천지자연을 바라볼 줄 아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한가지 단순한 예를 들자면, 한의학에서는 구갈(입과 목이 마르는 증상)이 있을 때 인체에 화(火) 또는 열(熱)이 있다고 해석합니다. 태양 빛이 강렬하게 내리 쬘 때 물이 쉽게 말라버리는 것처럼, 인체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주 소박한 생각이죠?
그렇지만 도(道)는 가깝고 단순한 데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구갈이 있을 때 인체의 열을 식혀주는 방법으로 불을 끄는(瀉火; 사화) 약이나 물을 보충해주는(補陰; 보음) 약을 쓰면 구갈 증상이 사라집니다.

동양과학과 서양과학은 발전되어온 방향이 달랐습니다.

같은 산을 오르되 서양 사람들은 서쪽에서 오르면서 서쪽에서 보이는 쪽을 바라보게 되었고, 동양 사람들은 동쪽에서 오르면서 동쪽에서 보이는 쪽을 바라보게 된 것이죠. 서로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사유방식도 달라지고, 인식론적인 도구도 달라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