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병을 고치기보다는 몸을 고치는 의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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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화가 났을 때 누군가 그 사람 화를 좀 풀어주려고 한다면 방법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자기 남편이 화났을 때 간지럽히거나 웃겼더니 화가 풀어졌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그 방법을 쓰려고 하면, 자칫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될 수 있습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냐고 말입니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을 잘 파악하고, 그 사람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병을 치료하려고 할 때에는 환자의 몸의 특징이 어떠한지를 잘 파악해야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같은 병명이라면 누구에게나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처방을 쓰는 식으로 치료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김씨와 이씨 두 사람이 서양의학에서 같은 병명으로 진단을 받았다 할지라도 한의사는 이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처방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양의학에서 사용하는 잣대와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두 사람의 병은 같더라도 몸은 서로 다른 몸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병은 몸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각 사람 몸의 특징과 속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병만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병은 나았는데 몸이 안 좋아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자, 몸의 속사정이라 함은,
첫째, 정기(正氣), 즉 외부의 나쁜 기운과 대항하여 싸우는 힘은 어떠한지,
둘째, 오장육부와 음양기혈의 균형과 조화 상태, 그리고 그 조절능력은 어떠한지,
셋째, 체질적으로 타고난 장부의 형국과 강약은 어떠한지,
넷째, 정서상태와 스트레스의 정도는 어떠한지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병을 치료할 때는 병을 직접적으로 일으킨 나쁜 기운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몸의 속사정을 잘 변별하면서, 정기를 북돋는데 치중해야 할지, 사기를 몰아내는데 치중해야 할지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의 한의학은 서양의학에서 질병 진단과 치료의 기준으로 삼는 검사 수치를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호소하는 하나하나의 증상과 환자 몸에서 나타나는 징후를 더 중시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몸의 속사정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한의학은 병을 고치는 것보다는 몸을 고치는 방향으로 오리엔테이션 되어있는 의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