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부분보다는 전체를 중시하는 의학입니다.

조회수 1,692

(이 내용은 이재성 박사가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할 때 다루었던 원고내용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재성입니다.
오늘은, 한의학은 부분보다는 전체를 중시하는 의학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동서양의 철학은 인체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다릅니다.
서양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인간은 완벽한 기계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인체는 부분부분이 모여서 하나의 집합체가 된 것이라는 인식, 이것이 최근까지 서양의학이 인체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주요한 개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개념 속에서는 어디든 한 군데가 고장나면 고장난 부분만 수리하면 된다는 발상이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입이 헐면 입에 연고를 바르고, 귀가 잘 안들리면 보청기를 끼고, 속이 쓰리면 제산제를 주고 말입니다. 이것은 당장의 괴로운 증상을 해결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저 미봉책에 불과한 경우도 많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는 부분부분이 모여진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근원에서 시작해서 여러 갈래로 분화되어서 만들어진 한 덩어리라는 인식입니다. 이 한 덩어리 안에 여러 가지 조직과 장부가 있지만, 이것들은 결코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유기적인 생명체라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요,
만약 어떤 한 부서에서 김모씨가 사표를 썼다고 칩시다. 그러면 회사는 다른 직원을 채용합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김씨와 늘 친하게 지내며 말벗이 되었던 박씨는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구요, 김씨를 남몰래 사모하고 있던 오양은 밤새 잠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김씨 대신 새로 채용한 사람이 또 사표를 쓴다면 도대체 왜 그럴까요?
원인은 자꾸 사표 쓰는 각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 갈아치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부서 내에 아주 꽉 막힌 부장이 있어서 아랫 사람이 일하기 정말 괴로워서 그럴 수도 있고, 그 부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주어지고 있어서 괴로울 수도 있구요, 회사에서 지급하는 연봉이 너무 적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인체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의 한 부서가 부속들이 모인 기계와 같지 않고,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 있는 것처럼, 인체도 안과 밖이, 또 상하좌우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겉부분에 있는 눈, 코, 귀, 피부가 고장났을 때에도 안에 있는 오장육부의 상태를 살핍니다. 또 속에 있는 위장이 고장난 증세가 나타나면 위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위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타 장부와 기능계를 모두 살펴봅니다.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을 보는 의학, 이것이 한의학의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