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수치보다는 증상과 징후를 중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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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이재성 박사가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할 때 다루었던 방송 원고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재성입니다.
오늘은 한의학은 증상과 징후를 중시하는 의학이라는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분명히 몸이 아프고 불편한 증상이 있는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면, “별 이상 없습니다”, “신경성입니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큰 병이 아니라서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어~ 이상하다, 분명히 뭔가 이상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진찰을 받아볼까?’ 하기도 합니다.

검사라는 것은 마치 질병이라는 큰 물고기를 건져내기 위해 그물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구멍이 큰 그물에는 큰 고기는 걸려들지만 멸치 같은 잔챙이는 빠져나갑니다.
그물에 고기가 안 걸렸다고 해서 물 속에 고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양의학에서는 검사 성적이 비정상 수치로 나오지 않으면 정상이라고 판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건강할 때는 흰색, 병났을 때는 까만색, 이런 식으로 딱 구분된 반응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병명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병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분명 건강이 좀 안 좋아지고, 기능이 나빠져 있는 회색 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럴 때를 미병(未病)이라고 합니다. 한의학은 이런 상태를 잘 파악하고, 이 때에 건강 쪽으로 몸을 돌려놓는 장점이 강한 의학입니다.

동양 과학의 특성상 한의학에는 서양식의 분석적인 검사 장비는 개발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은 환자의 신체 겉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징후를 관찰하면서 몸 속에 숨겨진 상황과 질병의 속성을 파악하는 이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한의학에는 이론적인 인식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음양과 오행을 대표로 하는 동양과학의 사상체계입니다.
서양과학적 세계관에 흠뻑 젖은 사람은 음양오행을 마치 점쟁이들이나 사용하는 미신적 사고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것은 자신이 하나 밖에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하나도 있고 둘도 있습니다. 그것은 관점의 문제이지, 실체의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의학에서는 두통이 있으면 단지 두통의 양상만 보지 않습니다.
환자의 안색은 어떤지, 뚱뚱한지 말랐는지, 맥은 어떤지, 기운은 어떤지, 소화는 잘 되는지, 대소변은 잘 보고 있는지, 평소 땀을 잘 흘리는지 등 별 상관 없어 보이는 질문까지 다 합니다.
몸 밖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잘 분석하고 귀납해 보면 몸 속이 어떤 상황 속에 놓여져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겉과 속의 관계를 잘 아는 의학이라고나 할까요.

저 멀리 들판에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아, 바람이 불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어린 아기들은 그것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이든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그렇게 수천년 동안 사람의 몸을 관찰하면서 나이를 먹어 왔습니다.^^